전고점 12억, 현재 9억6천이면 하락률은 20%다 — 다만 전고점과 현재가를 각각 거래 한 건으로만 잡으면 실제보다 왜곡된 하락률이 나오기 쉽다.
"이 아파트 지금 가격이 싼 건가, 비싼 건가"를 판단할 때 가장 많이 쓰는 기준이 전고점(직전 최고가) 대비 하락률이다. 뉴스에서 "○○아파트 전고점 대비 20% 하락"이라는 표현을 자주 보는데, 이 수치를 직접 계산하는 방법과 계산할 때 흔히 하는 실수를 정리했다.
전고점 대비 하락률 계산법
공식은 단순하다.
| 구분 | 내용 |
|---|---|
| 계산식 | (전고점 가격 − 현재 가격) ÷ 전고점 가격 × 100 |
| 예시 | 전고점 12억, 현재 9억6천 → (12억−9.6억)÷12억×100 = 20% 하락 |
여기서 "전고점"과 "현재 가격"을 각각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 핵심이다.
실수 1 — 신고가 한 건을 전고점으로 삼는 경우
같은 단지, 같은 면적이라도 층·향·리모델링 여부에 따라 가격 편차가 크다. 특정 시기에 로얄동 로얄층이 유독 비싸게 팔린 거래 한 건을 "전고점"으로 잡으면, 이후 평범한 층이 그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될 때마다 실제보다 더 크게 하락한 것처럼 보인다. 전고점은 단일 최고가 거래보다는 해당 시기 거래들의 흐름(중위가 수준)으로 보는 편이 왜곡을 줄인다.
실수 2 — 현재 가격도 거래 한 건으로만 판단하는 경우
마찬가지로 최근 거래가 하필 저층이거나 급매였다면, 그 한 건만으로 "지금 시세"를 단정하기 어렵다. 최근 3~6개월 정도의 거래를 함께 보고, 그 안에서의 가격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.
실수 3 — 면적을 다르게 비교하는 경우
전용면적이 다르면 총액도, 평당가도 다르다. 하락률을 계산할 때는 반드시 같은 면적대(전용면적 구간) 안에서 비교해야 한다. 84㎡와 59㎡ 거래를 섞어서 비교하면 하락률이 실제와 다르게 나온다.
실제 사례 — 전고점은 단지마다 시점도 폭도 다르다
"2021년이 고점"이라는 말이 흔하지만 모든 단지에 해당하진 않는다. 대장아파트 데이터에서 성격이 다른 두 단지의 반기별 중위가를 뽑아 봤다(같은 면적 타입만, 해제 거래 제외).
| 반기 | 노원구 상계주공6단지 전용 58㎡ (중위가 / 건수) |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84㎡ (중위가 / 건수) |
|---|---|---|
| 2020년 하반기 | 6.97억 / 26건 | 22.15억 / 16건 |
| 2021년 상반기 | 8.20억 / 21건 | 23.70억 / 7건 |
| 2021년 하반기 | 8.85억 / 20건 ← 전고점 | 24.50억 / 18건 ← 1차 고점 |
| 2022년 하반기 | 5.60억 / 6건 (−37%) | 20.20억 / 25건 (−18%) |
| 2023년 하반기 | 6.45억 / 15건 | 23.25억 / 36건 |
| 2024년 하반기 | 6.35억 / 15건 | 26.00억 / 41건 (전고점 돌파) |
| 2025년 하반기 | 6.50억 / 31건 | 33.00억 / 33건 |
| 2026년 상반기 | 7.40억 / 65건 (전고점 대비 −16%) | 33.00억 / 51건 (2021년 고점 대비 +35%) |
두 단지 모두 2021년 하반기에 한 번 고점을 찍고 2022년 하반기에 바닥을 봤다는 점은 같다. 그런데 이후가 완전히 다르다. 잠실엘스 84㎡는 2024년 하반기에 이미 2021년 고점을 넘어 2026년 상반기 33억으로 "전고점"이라는 말 자체가 갱신되고 있고, 상계주공6단지 58㎡는 2026년 상반기 7.4억까지 회복했지만 여전히 2021년 고점(8.85억)보다 16% 낮다. 같은 "전고점 대비 하락률"이라는 잣대를 대도 어떤 단지는 마이너스이고 어떤 단지는 이미 의미가 없는 것이다.
이 표에서 한 가지 더 볼 것은 건수다. 상계주공6단지의 2022년 하반기 중위가 5.6억은 단 6건으로 만들어진 숫자다. 이 시기를 "바닥"이라 부를 수는 있지만, 6건 중 급매가 몇 건 섞였을 가능성을 감안하면 실제 시세가 5.6억까지 내려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. 거래가 적은 시기의 고점·저점은 그만큼 신뢰도를 낮춰 봐야 한다 (거래량과 집값의 관계).
전고점 대비 하락률로 "싸다"를 판단할 때 함정
전고점 대비 20% 빠졌다고 해서 그 집이 저평가된 것은 아니다. 전고점 자체가 과열기에 형성된 가격이면 20% 빠진 가격이 정상일 수 있다. 반대로 상계주공6단지처럼 고점 대비 아직 −16%인 단지가 "덜 올랐으니 오를 여지가 있다"는 뜻도, "회복을 못 하니 약하다"는 뜻도 아니다. 그 사이 금리·규제·재건축 진행 상황·주변 공급이 다 바뀌었기 때문이다. 하락률은 "지금 가격이 과거 어느 위치에 있는가"를 알려주는 좌표일 뿐, 앞으로의 방향을 말해주진 않는다.
실전 확인 순서
- 1비교하려는 단지·면적 타입을 고정한다. 84㎡와 59㎡를 섞지 않는다.
- 2가격이 가장 높았던 시기(많은 단지는 2021~2022년 상반기이지만, 위 잠실엘스처럼 최근일 수도 있다)의 거래들을 여러 건 확인해 그 시기의 중위 가격대를 잡는다.
- 3최근 3~6개월 거래들의 가격대를 확인한다. 건수가 3건 미만이면 기간을 늘린다.
- 4두 구간의 중위가끼리 비교해 하락률을 계산한다. 건수가 적었던 구간이면 결과에 그만큼 여유를 둔다.
- 5인접 단지·같은 구의 같은 면적대와 하락률을 나란히 놓고, 이 단지만 유독 다르게 움직였는지 확인한다.
단일 거래끼리 비교하는 대신 구간별 가격대끼리 비교하면, 특정 층·향의 특수성에 흔들리지 않는 값에 가까워진다. 실거래가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이나 대장아파트에서 월별로 확인할 수 있으니, 관심 단지의 월별 흐름을 먼저 그래프로 살펴보는 것이 가장 빠르다. 평균 대신 중위가를 써야 하는 이유는 별도 글에서 다뤘다.
이 글의 실거래 수치는 대장아파트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자료를 집계한 것으로, 해제된 거래를 제외한 아파트 매매·전세(월세 제외) 기준이다.